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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계를 확인할 땐 침묵해보자. 사무엘베케트 <고도를 기다리며>를 읽고 >>2018-01-09 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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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계를 확인할 땐 침묵해보자. 사무엘베케트 <고도를 기다리며>를 읽고

     

    독서토론동아리 책세상

    2017.12.30

     

    우리가 안고 있는 고뇌의 대부분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관계라는 것도 본질을 살펴보면 내 삶에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는 게 사실이다. 한동안 친하게 지냈던 후배와 사소한 오해로 연락이 끊긴 적이 있다. 처음엔 그와의 우정이 이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에 서운했었는데 그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인연이겠거니 생각하니 한편으론 마음이 가벼워졌다. 오히려 사랑, 우정으로 대변되는 인간관계라는 개념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기회가 되었다.

     

    일례로 이오네스코의 <대머리 여가수>라는 희곡에는 40년을 부부로 산 마틴부부가 등장하는데 한 순간 서로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음을 깨닫게 되는 장면이 나온다. 이 것은 현대인들의 관계맺음이라는 것이 얼마나 얄팍한 수준의 것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는 출산, 결혼, 학교생활, 직장생활을 통해 무수히 많은 관계맺음을 이어나가지만 그 안에서 반목과 허무를 반복해서 느낀다. 왜 그럴까.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우린 무수히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사랑과 우정을 확인해가지만 그 증거가 말뿐이기 때문은 아닐까?

     

    2차 세계대전 이후 진보와 합리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결과 허무주의가 팽배해졌고 샤르트르, 카뮈와 같은 철학자들로 대표되는 실존주의 철학이 대두된다. 왜 죄 없는 사람들이 고통을 받아야 하는지, 그 무엇도 논리적으로 설명해줄 수 없는 가운데 인간의 본질에 대한 질문과 대답이 그 자리를 메우게 된다. 종국엔 문학일반에서 실존주의를 계승한 부조리 문학이 쏟아져 나오는데 사무엘 베케트의 <고도를 기다리며>가 바로 그것이다.

     

    부조리극의 주제는 불합리 속에서의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이다. 부조리극은 인간의 고독과 소통의 부재를 드러내어 인간에게 존재의 부조리에 대한 공포를 느끼게 한다. 사회적 위치나 역사와 연관을 지을 수 없는, 환경에서 단절되어 버린 인간이 자기 존재의 근원적 상황과 대결하고 또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절박한 행위나 행위의 부재이다. -출처. 네이버지식백과

     

    <고도를 기다리며>에서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은 끊임없이 질문한다. 여기가 고도를 기다리기로 약속한 그 때와 그 곳이 맞느냐고. 하지만 누구도 명확하게 가르쳐 주지 않는다. 대신 50년을 함께 한 두 사람의 관계에 공허함만이 가득하다. 그 공허함을 쓸데없는 말들과 광대 같은 행동으로 메워나간다. 평생을 함께 한 관계의 끝에 두 사람에게 남은 것이 결국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회피하기 위함이다. 대신 기다린다는 행위만이 남아 있다. 죽을 날을 기다리는 걸까? 오히려 살고자 하는 희망을 기다리는 걸까? 소박하게 자신들의 존재가치를 확인받고 싶어 하는 것일까? 고도가 무엇인지 확실히 답할 수 없는 것은 두 사람의 관계에 허무만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만약 두 사람이 다른 삶을 선택했더라면. 아무 말이나 지껄일 그 시간에 다른 태도를 취했더라면. 조금 더 침묵하고 조금 더 고뇌하여 두 사람의 관계가 다른 국면으로 전환될 교두보를 마련해 내었더라면. 그들의 기다림은 분명 의미를 지닐 수 있었을텐데..

     

    <탕자의 귀환>의 저자 헨리 나우웬은 관계가 힘이 들 때 사랑을 선택하라라는 말을 남겼다. 서로를 설득하기위해 말 대신 사랑을 선택해야 한다는 뜻일 것이다. 말은 관계를 규정지을 순 있지만 모든 것을 대변하진 못한다. 그것이 언어가 가진 부조리성이다. 대신 사랑은 언어를 뛰어 넘어 관계를 채워나갈 수 있다. 우린 소통한다는 명목으로 수천마디의 말을 주고받지만 순수하게 자신을 드러내고 진심을 전할 수 있는 말은 나누지 못한다. 그래서 생각해 보았다. 서로의 관계를 확인하고 싶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 혹시 말 대신 침묵을 선택한다면 어떨까. 그럼 말 뿐인 관계를 끝내고 긴 침묵 끝에 공백을 메워줄 다른 무언가를 찾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 끝이 관계의 단절이 되어도 좋고 사랑이 되어도... 내겐 좋을 일이다.

     

    2018.1.9.

    김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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