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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분류 : 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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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환 시집 작성일 2018-07-12
  • 김정환 지음 ㅣ 창비, 2018-07-13
  • 인위적


    가장 끔찍한 것이 죽음의 치정이다. 그래서
    40년 뒤
    명작이 있다.
    여러겹 의미심장이 여러겹으로 이상하다.
    죽음이 발굴하는 거지 생 아닌
    생의 죽음을.
    역사 아닌 역사의 죽음을. 육체 아닌
    육체의 죽음을. 언어가 끝없이 (네?) 몸 향해
    기울고, 언어 아닌 언어의 죽음을.
    화 아니라 뿔 난 죽음이 자신의 죽음을.
    정액도 궤도를 벗어난 영롱한 슬픔이다.
    세고비아가 기타 이름이었나? 북한이
    청소년이다. 인위적이라
    난폭이 더 난해하지.
    낙화생 기름, 사탕, 낙화생, 낙화생,
    그게 일본말 땅콩이었나.
    적을 바로 마주하고 있는 전방(前方),
    그게 앞으로였고 미래였으니
    어디까지 말랑말랑해지면 생이 불길(不吉)을
    벗을 수 있냐고 묻는 것이 상처의 따스한
    낙관이었나. 죽음의 치정에 맞서
    지리멸렬해지는 육체의
    지옥은 Innamorata, innamorate, 아름다움의
    성욕이 그리 끈질길 수 없다. 그,
    뼈대가
    그리 노골적일 수 없다.
    더 노골적인 것이 같이 있을 수 없는 것들의
    병존이고, 그 옆에서 죽음과 음식의
    그것은 오히려 유구의 자연이다. 자연의
    자연이지. 모든 파란만장이 제 안에
    암전暗轉을 키우며 보통명사에 달한다는 거.
    흐린 열망 너머 명징한 아름다움의 현재로서 미래라는 거.
    이해 못하지, 죽음의 치정은 이응의 혹은 리을의 투명 밖으로
    설레는 파국, 내용이 다분한 창세기. 세상의 세상 밖으로
    뒤흔들림도 없이, 위안의 뜻을 과격하게
    가까스로 가누는 것이 죽음의
    치정이라는 듯이,
    ‘인위적’,
    기악과 연기의, 그 둘의
    병존의.
    운명도, 결국 우리 살 뜯어 먹고 산다는 듯이.
    들숨 날숨만 남을 때까지 말이지.




    눈 오는 날


    이상하게 아름다운 근육이 있다.
    요람 혼자 놀고 있다. 울지 않고.
    생애 아닌 생의 한 장면을 아프게
    도려낸 광경이 있다.
    위에서 보면 세상의 수평 모두
    흰 눈에 덮였을 것. 수직은 모든 검정이
    권위를 잃고 축축하고 지저분하다.
    차가운 잠 속 슬픈 해피엔드 같다. 섹스의
    생애 아니라
    평생 같다. 두려이 기대하는
    표정이 없다. 1960년대 단체 관람 대한극장
    「클레오파트라」 총천연색 시네마스코프,
    50년 동안 빛바랜 교복이다.
    목숨이 여전히 공평하지.
    우리가 우리의 몸무게 100분의 1도 안되는
    쥐의 출몰에
    경악으로 나체화하는 한가지 이유. 아무리 재빠르다고
    하지만 말이지.
    오늘은 그것도 없다. 명랑한 눈발에 길고양이도
    복도 쥐도 나를 피하지 않고
    쥐가 고양이를 피하지 않을 것 같다.
    가정적으로 명랑한 눈발에.
    명랑의 노후와 여성의 이면裏面
    전원의 착각, 당분간은
    연민도 일종의 착각이다.




    빈 화분


    빈 화분이 이미 빈 화분 아니고 비로소 집이다,
    식물의, 식물적인 기억의.
    바라봄 없는 바라봄의 원형이 있다.
    무엇이 원이고 어디가 원?
    질문도 그렇게 시끄러운 운명이 없고
    운명도 그렇게 시끄러운 무늬가 없다.
    도란도란이 두런두런으로 넘어가는 원형이다,
    신대륙의. 공간이 죽음을
    품기 위하여 펼쳐지려는 노력이었군.
    시간이 저 혼자 간절하게 이어졌어.
    그런 수긍도 이제 둘 다 먼저 그러지 않고
    너무 많은 시간과 공간의
    낭비도 고요한
    신대륙이다, 빈 화분.

    ★ 저작권법에 의해 한국 내에서 보호를 받는 저작물이므로 무단전재와 복제를 금합니다.


    저자소개

    저자 · 김정환
    1954년 서울에서 태어나 1980년 『창작과비평』에 「마포, 강변동네에서」 등 6편의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지울 수 없는 노래』 『황색예수전』 『회복기』 『좋은 꽃』 『해방서시』 『우리, 노동자』 『기차에 대하여』 『사랑, 피티』 『희망의 나이』 『하나의 이인무와 세 개의 일인무』 『노래는 푸른 나무 붉은 잎』 『텅 빈 극장』 『순금의 기억』 『김정환 시집 1980~1999』 『해가 뜨다』 『하노이-서울 시편』 『레닌의 노래』 『드러남과 드러냄』 『거룩한 줄넘기』 『유년의 시놉시스』 『거푸집 연주』 『내 몸에 내려앉은 지명』 『소리 책력』 등이 있다. 백석문학상, 아름다운작가상, 만해문학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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