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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분류 :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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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간단함, 병맛, 솔직함으로 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작성일 2019-08-14
  • 임홍택 지음 ㅣ 웨일북, 2018-11-16
  • 1부 


    90년대생의 출현


    그들 앞에 펼쳐진 새로운 세상



    에스컬레이터 대신 놓인 유리계단


    한국은 1960년 이후 세계 평균 경제성장률을 훨씬 웃도는 고도성장을 이룩해왔다. 이와 같은 사회에서 성장한 세대에게는 사회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그들은 당시 현대, 삼성, 대우, LG와 같은 굴지의 기업에 평사원으로 고용됨으로써 이 직업 세계에 올라탔다. 그리고 업무 경력이 쌓이면서 조직 내 사다리를 한 단계씩 올라가게 되고, 평사원이라는 직급은 새로 회사에 입사한 야심만만한 대학 졸업생들에게 내주게 되는 나름의 선순환 구조가 작동했다.


    이러한 과정은 마치 끊임없이 자동으로 올라가는 에스컬레이터 같았다. 이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타기만 하면, 큰 문제없이 직장 생활을 하는 한 점점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면서 매 단계마다 더 많은 권한과 직업 안정성을 부여받았던 것이다. 암묵적으로 55세 정도가 되면 마침내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려오게 되었고, 맡고 있던 고위 임원 자리를 후배 중간관리자들이 차지하게 되었다. 그런 뒤에는 회사와 정부가 제공하는 연금을 받으며 안락한 은퇴생활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자동으로 움직이던 에스컬레이터의 전기 공급은 끊겼고, 졸지에 멈춰버린 에스컬레이터에 남게 된 자들은 이제 자기의 힘으로 종착지까지 올라가야 했다. 이제 그들이 올라서 있는 곳은 에스컬레이터가 아니다. 언제든 깨질 수 있는 난간 없는 유리계단이다. 오늘도 이러한 직업 세상에 있는 많은 수의 사람들이 구멍으로 빠지고, 옆으로 밀려나서 떨어진다. 두렵다. 하지만 방법은 없다. 위만 보고 더 힘차게 달려 올라가는 방법뿐이다.



    취준생 10명 중 4명이 공시족인 나라


    “요즘 대학생들은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 동아리 활동을 잘 안 하려고 해요. 워낙 바빠서 활동 자체에 부담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제가 학교에 입학했을 때도 이런 분위기가 있었지만, 갈수록 심해지는 것 같아요. 취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동아리는 위기죠.”


    서울의 한 사립대에서 만난 동아리 회장은 이런 넋두리를 했다. 사실 이 동아리는 내가 대학교 시절에 활동했던 마술 동아리다. 나는 그 이야기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2000년대 초반에는 이은결과 최현우를 비롯한 마술사들이 국내외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대학 내에 마술 붐이 불었다. 이때만 해도 마술 동아리는 가장 인기 있는 동아리 중 하나였다. 마술 동아리 회장은 요즘 대학생들이 동아리에 관심이 없거나 꺼리는 경우가 많아, 일부 취업에 도움이 되는 학술 동아리나 공모전 동아리 혹은 직접 취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창업 동아리 정도만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입학과 동시에 소위 취업 전쟁에 뛰어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후 나는 주로 대학교 도서관 열람실이나 캠퍼스 주변 커피전문점에서 서식하며 학생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로 관찰하고자 했던 것은 그들만의 대화에서 나오는 언어 습관과 행동이었고, 두 번째는 이들일 어떤 부분에 관심이 있고 어떤 공부를 하고 있는지에 관해서였다.


    그런데 대학생들을 관찰하러 간 대학교 도서관들은 자리조차 잡을 수 없었다. 물론 시험 기간에 자리를 구하기가 어렵기는 예전에도 마찬가지였지만, 이제는 평소에도 자리 구하기가 어려웠다. 더 놀라운 건 전공, 어학, 자격증이 아니라 국가직 공무원 관련 서적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는 것이다.


    “저는 지금 2학년 2학기인데, 전공 공부를 하고 난 공강 시간에는 공무원 관련 서적을 보고 있어요. 다음 학기에는 휴학을 하고 노량진으로 들어가서 본격적으로 준비하려고요.”



    서울 H대 영문과를 다니고 있는 김모 씨1993년생는 공무원을 준비하고 있는 일명 공시족이었다. 그녀가 준비하고 있는 부문은 세무 공무원이었는데, 최종 목표는 7급이지만 9급에 붙어도 별 고민 없이 다니겠다고 했다.


    나는 그녀에게 원래 희망했던 진로가 무엇이냐고 물어보았다. 그녀는 원래 “삼성전자 같은 국내 대기업에서 마케터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고 했다. 그런데 그녀의 진로를 바꾸게 한 것은 바로 언니였다고 했다. 그녀보다 5살이 많았던 언니는 국내 한 화학 관련 대기업의 사무직으로 입사를 했지만, 2년간 야근을 밥 먹듯 하다가 결국 퇴사하고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의 9급 공무원이 되었다고 했다. 여자가 대기업에서 5년을 버티기 어렵다는 언니의 말에 그녀 또한 같은 길을 걷게 되었다고 했다.



    2018년 6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5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전체 실업자 수는 112만 1,000명으로 전체 실업률은 4.0퍼센트 수준이지만, 청년15~29세 실업률은 10.5퍼센트로 2000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였다. 더 놀라운 것은 취업을 준비하는 소위 취준생 10명 중 4명은 김모 씨와 같은 공시족이라는 사실이다. 통계청이 2016년 5월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년층 취업 준비자 65만 2,000명 중에서 일반직 공무원 시험 준비자는 25만 7,000여 명으로 약 40퍼센트에 달했다.


    이에 따라 공무원 응시생의 숫자도 매년 늘어나고 있다. 2013년 7월에 열린 9급 공무원 공채 필기시험에 원서를 낸 응시생은 20만 4,698명으로 최초로 20만이 넘어섰다. 2017년도 국가공무원 9급 공채 시험에는 역대 최대인 22만 8,368명이 지원했다. 2011년에 14만 2,732명, 2012년에 15만 715명이었던 것에 비해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정작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는 비율은 1.8퍼센트에 불과하다. 2016년 기준으로 보면 약 28만 9,000명이 지원해 약 6,000명만 붙고 나머지 28만 3,000명은 낙방했다. 1.8퍼센트의 바늘구멍을 통과하지 못한 나머지 98.2퍼센트는 어쩔 수 없이 다시 시험을 준비한다. 1년만 더 준비하면 다행이다. 공시생의 세계에서는 이미 삼수, 사수생이 넘쳐난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 속에서도 공무원의 인기는 떨어질 줄 모른다. 요즘 노량진의 공무원 학원 앞에는 두 줄이 서 있다고 한다. 하나는 학원에서 좋은 자리를 맡기 위해 서는 줄이라면, 다른 하나는 공무원 학원에 신규 등록을 하기 위한 줄이라는 것이다. 이는 특히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발표된 공무원 증원 소식에 따라 ‘이번이 공무원이 될 마지막이자 절호의 기회’라는 인식이 1990년대생 사이에서 퍼진 결과이기도 하다.


    2014년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청소년 통계’에 따르면 1990년도 출생 청소년당시 16~25세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은 ‘국가기관공무원’으로 조사됐다. 전체 조사대상 청소년의 28.6퍼센트가 국가기관을 선호 직장으로 손꼽았으며, 이어 대기업22.1퍼센트과 공기업15.4퍼센트 순으로 나타났다. 당시 조사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공무원이 되길 원하던’ 16세 청소년1999년생들은 이제 20살이 되었다. 이제 한국의 20대는 9급 공무원이 되길 원하는 ‘9급 공무원 세대’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인식의 기원은 어디에 있을까?



    9급 공무원을 원하는 세대가 된 90년대생


    70년대생들이 IMF 외환위기 시절 정리해고를 당하고 취업의 직격탄을 맞은 모습을 본 80년대생들이 선택한 길은 ‘자기계발’이었다. 사회와 기업이라는 울타리가 사라진 현실 속에서 믿을 수 있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 밖에 없었고, 자신의 조직 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시작되었다. 토익은 필수가 되었고, 취업 5종 세트가 등장하였으며, 자기 계발이라는 단어는 사회적인 유행어가 되었다. 80년생들의 자기 계발에는 안정적인 조직생활이 전제가 되어 있었다. 비록 사오정45세면 정년퇴직이나 오륙도56세까지 직장을 다니면 도둑놈라는 신조어가 생겨나긴 했지만, 어찌 되었든 취업 후 한동안은 안정적인 조직 생활이 가능했던 것이다.


    하지만 2008년 발생한 글로벌 금융위기는 이러한 안정성조차 사라지게 만들었다. 이는 1997년에 발생한 IMF 외환위기와 다르게 구조조정에 있어서 일종의 성역을 날려버렸다. 기존의 구조조정이 기업 내에서 임금 수준이 높은 임원과 중간관리자에 한정되었던 것에 반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발생한 구조조정은 사원을 포함한 전 직급이 대상이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기 계발은 더 이상 빛을 볼 수 없었다.


    90년대생들은 이렇게 80년대생들이 수시로 진행되는 구조조정의 공포에 떠는 모습을 보았다. 이럴 때 과연 어떤 선택이 가장 합리적일까? 아마도 상시 구조조정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고, 향후의 불확실성을 최대한 피할 수 있는, 즉 인생의 기회비용을 최소화하는 선택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연공서열과 정년이 보장되는 공기업 혹은 공무원에 올인하는 일이었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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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소개

    저자 · 임홍택
    1982년에 태어났다. KAIST 경영대학에서 정보경영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2007년 CJ그룹에 입사해 12년간 CJ인재원 신입사원 입문 교육과 CJ제일제당 소비자팀 VOC 분석 업무, 브랜드 마케팅을 담당하는 등 다채로운 직무를 경험했다. 현재 ‘전국빨간차연합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정부기관과 기업체를 대상으로 조직 내 세대 소통법과 신세대 마케팅 방법에 대해 강연하고 있다. 1990년대에 출생한 신입 사원들과 소비자들을 마주하며 받았던 충격의 경험들을 바탕으로 이들을 관찰한 내용 <9급 공무원 세대>를 연재해 제5회 브런치북 프로젝트에서 은상을 받았으며, 이 내용이 담긴 《90년생이 온다》(2018)는 <2018년 올해의 경제/경영서>에 선정(한국경제신문, 인터파크 공동 선정)되었다. 기존 저서로는 IT 전문서적 《포스퀘어 스토리: 소셜미디어를 넘어 위치기반 플랫폼으로》(2011)가 있다. 강연 요청 및 문의 이메일: editking@kaist.ac.kr 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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