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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분류 : 어린이/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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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린이는 오늘을 사는 시민이다 ② 작성일 2018-02-28


  • 사람은 나와 다르거나 나와 비슷한 것, 나 아닌 것에 관심을 갖는다. 혼자 살 수 없고, ‘나’ 아닌 다른 것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몰라쟁이 엄마』에서 노마의 질문은 참새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해서 참새와 자신을 연결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마해송 작가는 『사슴과 사냥개』마해송 지음, 김호민 그림, 창비에서 타인에게 관심을 가지고 사는 삶이 어떻게 자신에게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있다. 비호로 살 때는 자신을 특별하게 대해 주는 주인에게만 잘하려고 했다. 주인에게 혼자 특별한 대우를 받을 때, 주변에 있는 다른 사냥개의 차별받고 힘든 마음에 관심이 없었다. 사냥을 나가서도 주인을 위해 사냥감을 찾아 온 산을 날뛰며 짖느라 그 시간이 산속의 동물들에게는 겁에 질린 공포의 시간이라는 걸 알지 못했다. 사냥이 끝나고 모두 돌아가자고 하는데도 비호는 주인이 놓친 멧돼지를 찾아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비호는 덫에 걸려 죽을 고비를 넘기고 깨어났을 때, 자신이 겁주고 공포에 떨게 했던 동물들이 자신을 걱정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종일 겁에 질려 숨죽이는 시간을 보냈던 사슴과 산속 동물들이 자신을 살려내고 깨어난 것을 좋아하며 환호하는 모습을 보았다. 마을로 내려와 베쓰로 살게 됐을 때는 자신에게 밥도 주고 같이 살게 해준 주인한테만 무조건 복종하지 않는다. 식당 집에 밥 동냥을 하는 거지가 들어왔을 때 배고파 밥을 얻으러 온 것이라 짖지 않는다. 나중에 늘 곁에서 친하게 지내던 염소가 죽게 되었을 때, 그 어느 때보다 큰 소리로 짖어서 염소를 죽이려는 사람들에게 공포심이 들게 했다. 염소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며 막으려고 했다. 사슴이 자신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사냥개 죽음을 안쓰러워했듯이 사냥개도 어려움을 겪는 이에게 관심을 갖고 관계를 맺으며 산다. 타인에게 관심을 가지고 사는 모습은 우리문학에서는 「사슴과 사냥개」처럼 그 시대의 작품에서는 쉽게 볼 수 있다. 



    타인에게 관심 갖는 것은 공감하는 것이다. 어린이문화운동가인 야누슈 코르착은 어린이에 대해 “감정은 어른보다 더 강하게 느끼고 지성은 적어도 어른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억제하지 않으면 타인에게 관심 갖고 쉽게 공감한다. 어린이나 어른이나 마찬가지다. 『로쿠베, 조금만 기다려』하이타니 겐지로 지음, 초 신타 그림, 양철북에서 어린이들은 구덩이에 빠진 로쿠베가 얼마나 힘들까, 어떻게 꺼낼 수 있을까 생각한다. 엄마들을 불러왔으나 로쿠베를 구하지 못하자, 로쿠베가 구덩이에서 무섭고 힘들까봐 힘내라고 신나는 노래를 부르고 비눗방울을 불어준다. 아이들은 로쿠베가 좋아할 만한 일을 찾느라 서로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낸다. 마침내 로쿠베 여자친구를 바구니에 내려보내 함께 끌어올리자는 생각을 했을 때는 모두 기뻐했다. 좋은 생각을 해낸 자신들이 무척 뿌듯하다. 같이 마음 졸이고 기쁨을 맛본 아이들은 로쿠베 뿐만 아니라 서로에게 더욱 긴밀한 관계가 된다.





    오늘을 사는 사람들은 늘 새롭게 감각하고 반응한다. 스스로 생각하고 새롭게 발견한 것을 해본다. 생각이 드니까 해보는 거다. 나의 감각으로 생각해낸 것은 실행으로 옮기기도 쉽다. 어른도 어린이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어렸을 때, 어느 날 집에 혼자 있다가 라면을 끓여 먹고 뿌듯해했다. 그러더니 다음에는 계란말이를 하고, 볶음밥을 하고 한 가지씩 다른 음식을 해보면서 스스로 음식 만들기를 좋아하게 됐다. 현덕 작가의 단편집 『너하고 안 놀아』현덕 글, 송진헌 그림, 창비에 나오는 어린이 노마, 영이, 기동이, 똘똘이는 뭐든 표현하고 해보면서 날마다 다른 삶을 만들어 간다. 각각 다른 개성 때문에 새롭게 생기는 일이 있고 그것에 대응하면서 새로운 즐거움을 만들어 간다. 단편 「너하고 안 놀아」에서 똘똘이가 같이 놀지 않겠다고 돌아서서 혼자 놀고 있는 영이를 고개를 삐뚜름 입을 내밀고 보고 서 있다가 어떻게 하면 영이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지 생각해내고 말을 건다. 전에 자신이 떡을 나눠 준 일, 편들어 준 일, 기차 태워주던 일들을 상기시키며 마음을 돌리려 한다. 생일날 떡 하면 주겠다고 하고 어머니랑 화신상 갈 때 같이 가겠다고 한다. 어떻게 해야 영이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지 예전의 일을 떠올리기도 하고 좋아할 만한 것을 생각해내기도 하며 궁리한다. 그러다 아끼던 유리구슬을 내놓자 영이는 마침내 똘똘이를 손님처럼 맞이하며 같이 놀자고 한다. 똘똘이는 얼마나 기뻤을까? 자신이 그토록 바라고 해본 일이 몇 갑절 환대로 돌아온 것이다. 생각이 드니까 해보는 거고 하다 보면 새롭게 하고 싶은 것이 생긴다. 해보면서 스스로 선택하고 알아가는 어린이의 모습을 당당하고 즐겁게 그리는 작품들이 더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더불어 산다는 것은 서로 존중하며 사는 것이다. 나이, 직위, 취향 등 어떠한 위계나 차별 없이 평등하게 대하고 경청할 때,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상대방을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로서 존중하는 것이다. 프란츠 시리즈의 작가 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는 『학교 가기 싫어!』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지음, 비룡소에서 프란츠와 아빠의 대화를 통해 나이나 취향을 차별하지 않고 서로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프란츠가 학교 선생님이 ‘앉아, 책 펴, 읽어라’라고 짧게 말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아버지에게 불평을 늘어놓는다. 아버지는 프란츠가 하는 말을 듣고 나서 ‘무뚝뚝한 분이구나’라고 말한다. 선생님에 대해 좋다 나쁘다 평가하는 말을 하지 않는다. 프란츠가 알려준 선생님에 대한 정보를 듣고 아버지 나름대로 선생님에 대해 느낀 말이다. 프란츠는 ‘무뚝뚝하다’는 표현을 아주 마음에 들어 한다. 어른이 아이와 위계로 차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취향이나 개성도 좋고 나쁜 것으로 차별하지 않는다. 집단이 아니라 각 개인의 다름을 인정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프란츠가 아파요!』크리스티네 뇌스틀링거 지음, 비룡소에서 에버하르트는 프란츠를 놀리는 울리에게 놀리지 말라며 말다툼하다가 울리를 한 대 때린다. 이 장면을 본 선생님이 에버하르트에게 일방적으로 잘못했다며 벌로 과제를 준다. ‘왜 강한 사람은 약한 사람을 괴롭히면 안 되나?’에 대해 글짓기를 해오라고 한다. 에버하르트는 프란츠와 형의 도움을 받아 ‘강한 사람이 나서지 않으면 누가 약한 사람을 보호할까요? 선생님이 알려주세요’라고 써서 과제를 제출한다. 과제를 오랫동안 읽은 선생님은 좀 더 생각해보겠다고 에버하르트에게 양해의 말을 한다. 에버하르트가 자기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였기 때문에 선생님에게 성찰의 기회가 왔다. 자기 삶을 주체적으로 사는 사람이 다른 사람도 주인으로 살 수 있도록 영향을 주고 더불어 살아간다. 『몰라쟁이 엄마』에서도 노마의 질문에 엄마가 아는 것은 대답하고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면서 노마와 동등하게 대화를 나눈다. 참새는 자기 아이를 어떻게 구분하는지, 여자와 남자를 어떻게 알아보는지, 노마가 머리를 빡빡 깎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노마의 질문에 엄마도 새로운 생각을 시작하게 됐다. 모른다는 걸 아는 순간 궁금함이 생기기 때문이다. 더불어 산다는 것은 나이가 많고 적음이나 어떤 취향과 가치를 가진 사람을 차별하거나 위계적인 질서에 두지 않고 서로 존중하는 것이다. 상대를 통해 성찰하면서 더불어 살아간다.



    어린이문학에서 어린이가 생각하고, 질문하고, 해보고, 타인에게 관심 갖고 더불어 사는 모습을 살펴보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 사회는 어린이를 오늘을 사는 시민으로 살지 못하게 하는 제도와 문화가 있다. 어린이를 생각하는 존재라고 여기지 않는 것은 물론 생각하지 말고 지시대로 따르고 순종하라는 말도 서슴지 않고 한다. 어린이문학에서 어린이를 시민으로 그리고 있다면 이런 차별적인 시선을 없애는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여전히 많은 작품에서 어린이의 현실을 다룬다며 어린이에게 평가와 보상을 주는 어른 권력의 바람에 맞는 행동을 하는 어린이를 당연시하고 있어서 어린이가 주체적으로 사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 어린이를 차별과 편견이 존재하는 사회의 틀 속에 가두어 놓고 더 큰 인내와 도덕을 강요하는 문화를 만든다.


    문학은 어린이가 시민으로 자기 권리를 주장하며 살아가게 하고, 사회적으로 자연스럽게 어린이가 시민임을 인식하게 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 어린이문학에서 어린이가 시민으로 사는 모습이 당연하게 그려지면 어린이, 어른 독자 모두 어린이를 가르치고 보호해야 한다는 익숙한 생각의 틀을 넘어서고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로서 서로 신뢰하게 될 것이다. 어린이 스스로 오늘을 사는 시민으로서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꾸려갈 것이다. 문학은 작품을 쓰는 작가가 이 세상에 던지는 낯선 시선이고, 독자들 역시 그런 기대로 책을 읽는다. 익숙한 가치가 아니라 사회가 외면하거나 소외시키고 있는 삶의 진실과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만나게 하는 것이다. 어린이문학 작가들이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고 어린이를 오늘을 사는 시민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중요하다. 어린이가 저마다 가진 개성과 취향을 발휘하며 살아가는 모습과 그 과정에서 갈등하고 더불어 사는 모습을 풍성하게 그려내길 기대한다.(*) 



    ★ 〈어린이도 시민이다〉 심포지엄 발제글을 다듬은 글입니다.

    저자소개

    김영미
    어린이책시민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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