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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분류 : 어린이/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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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떻게 공존할 수 있을까 ② 작성일 2018-09-19


  • 사회자

    박재용 작가님께는 참고문헌에 관한 질문을 한 학생이 있습니다.  


    학생

    참고문헌이 굉장히 많던데, 혹시 가장 기억에 남는 참고문헌이 있으신지요?


    박재용

    보통 제가 책을 한 권 쓸 때에는 다른 책 30~40권을 읽고, 웹에서도 한글 위키와 영문 위키를 찾아보고, 나무위키도 조금 보는데요. (웃음) 『모든 진화는 공진화다』와 관련해서 특별히 기억나는 참고문헌은 없어요. 하지만 방금 홍성수 작가님께서 젠더 문제에 대해서 말씀하시다 보니 소수성 문제와 관련된 문헌들이 떠오릅니다. 제가 쓴 책 중 『짝짓기』라는 책이 있었는데 그 책 쓰던 중 참고했던 문헌들이에요. 하나는 린 마굴리스라는 미국 생물학자가 쓴 『섹스란 무엇인가?』라는 책인데요. 사람의 섹스가 아니라 생물 전반의 섹스에 대해 다룬 책으로 굉장히 재미있었고,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주는 책이었어요. 또 하나는 트랜스젠더이신 작가분이 쓰신 『성의 무지개』라고 벽돌만큼 두꺼운 책이 있어요. 이 책도 참고를 많이 했고요. 『모든 진화는 공진화다』의 짝짓기와 관련된 부분에서도 참고했어요. 


    사실 가장 기억나는 건 참고하고 싶었지만 참고할 수 없었던 책이에요. 제 책을 자세히 읽으신 분은 알겠지만 매미에 관해 쓰면서 “매미가 소수로 된 주기를 가지는 이유는 아마 기생체와의 관계 때문일 것이다”라고 말하고 넘어간 대목이 있어요. 사실 매미의 수명과 소수가 관계를 갖는 점에 대해서는 두 개의 가설이 있어요. 하나는 기생체, 하나는 경쟁동물 혹은 천적과의 관계가 있다는 것인데 저는 기생생물 쪽에 방점이 찍힌 거예요. 그걸 확인하려고 찾아봤던 자료가 매미의 장내 기생충에 뭐가 있는지 였어요. 과학 전문작가가 한국에 서너 명 밖에 없다고 하는데, 매미의 장내 기생충을 다루는 과학자는 전 세계에서 한명도 없었더라고요. 기생충을 다루는 과학자도 있고, 매미를 다루는 과학자도 있는데 둘의 교집합을 다루는 과학자는 없는 거예요. 논문 DB도 다 구해보고, 우리나라의 기생충학자와 곤충학자에게 물어물어 한 달을 찾아봤는데 결과가 없어요. “매미가 소수로 된 주기를 가지는 이유는 아마 기생체와의 관계 때문이다”라고 말하지 못하고 가설로만 얘기할 수밖에 없었던 것, 그것이 참고문헌과 관련해서 가장 기억나는 부분이에요.


    사회자

    박재용 작가님의 전공과 관련해 질문한 학생이 있습니다. 


    학생

    물리를 전공하셨는데 『모든 진화는 공진화다』는 생물과 더 관련이 깊어서 어떤 사연이 있는지가 궁금했어요.


    박재용

    물리를 전공했다고 이야기하기는 힘들어요. 졸업을 못 한 것도 있지만 대학교 2학년 이후로는 물리에 대해 배운 게 사실 전혀 없어요. 오히려 삼십 대 이후에 저 혼자 공부하면서 물리에 대해 더 많이 배웠다고 생각합니다. 대학 때 제가 잘했던 건 술 마시고 데모하는 일이지 공부는 하나도 못 했어요. 제 정체성은 물리학자가 아니라 ‘과학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제가 생물학이나 물리학을 전공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책 한 권을 쓰려면 따로 공부를 해야 돼요. 한 권의 책을 쓰려고 책을 30~40권씩 보는 이유예요. 4차 산업혁명에 대해 책을 쓸 때도 관련 서적을 20~30권 찾아봤고, 유사과학 관련해서 쓸 때는 나온 책이 별로 없어 10권 정도 보는 대신 논문과 웹사이트를 주로 참고했어요. 남들이 열심히 다 연구해 놓으면 저는 그걸 가져다가 알기 쉽게 풀어쓰는 사람이에요. 조금 편하게 글을 쓰기는 합니다. 놀고먹는 스타일이죠. (웃음)


    사회자

    홍성수 작가님께서 뽑아주신 질문입니다. 남성의 입장에서 바라본 여성혐오에 대해 질문하신 학생께 아침 식사권을 선물로 드립니다.


    학생

    남성이랑 여성이 생각하는 것도 느끼는 것도 다르잖아요. 저는 여자라서 남성의 입장에서 느끼셨던 것들이 궁금했습니다.


    홍성수

    에만 한정 짓지 않고 당사자가 아닌 사람이 당사자 연구를 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냐는 질문으로 범위를 넓혀 답변드리고 싶어요. 사실 당사자만이 느끼는 것이 분명 있거든요. 그런데 거꾸로 당사자이기에 놓치는 것도 있어서 유·불리를 이야기하기는 어렵기도 해요. 하지만 제가 취하려고 하는 태도는, 소수자성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이 소수자 연구를 하는 것이기에 분명히 놓치는 것과 모르는 게 있을 것이라는 것을 전제하여 조금이라도 더 이야기를 들으려는 태도를 지니려고 하는 거예요. 저는 물론 여성분들께 ‘남자 중에서는 이해도가 높다’라고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성 소수자분들께는 ‘성 소수자가 아닌데 이해가 높다’라는 말을 듣기도 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깜짝 깜짝 놀랄 때가 많아요. 2016년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 때 거리로 몰려나온 사람들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당시에 저는 여성들이 화가 나겠다, 분노할 수 있겠다, 심각성을 느끼겠다 정도였지 페미니즘을 직접적으로 공부하지 않는 평범한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나올 줄은 몰랐던 거죠. 그럴 때 겸허한 생각을 하게 되죠. 또 겸허해질 수밖에 없는 것은 제가 이론으로 공부하기 때문에 웬만한 여성분들보다 페미니즘 이론은 더 잘 알아요. 하지만 몰카 반대 시위나 강남역 여성 살해 사건 시위에 나오셔서 말씀하시는 분들을 보면 분명히 공부를 하신 분의 언어가 아닌데도 저보다 훨씬 더 문제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고, 날카롭게 지적하고 있다는 생각을 늘 하거든요. 그런 걸 볼 때 머리로 하는 공부의 한계에 대해 생각하게 되면서 겸허한 태도를 갖게 됩니다.


    학생

    작가님께서는 혐오 발언에 대한 유럽과 미국의 대응 정책 중 어떤 정책을 더 선호하시나요?


    홍성수

    뒷부분에 나오는 내용인데 책을 다 읽으셨군요? (웃음) 특별히 선호하는 방식이 있다기보다는 각각의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하고요. 유럽식 접근방식의 장점은 형사처분을 하니까 문제를 화끈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거고요. 하지만 한편으로 형사처분이라는 것은 강력한 수단이기도 하지만 어차피 모든 혐오표현을 다 형사처분 하는 건 불가능해요. 열 개 중 하나만 처벌 가능한 것인데 그래서 유럽식 형사처분을 주장하시는 분들께는 그 의견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나 여전히 아홉에 해당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다른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지요. 여건이 된다면 형사처분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으로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건 오산이에요. 사회적 해악이 큰 일부 표현에 대해서만 처벌이 가능한 거지, 일반적인 혐오표현에는 다른 해법을 모색해야 해요.


    학생

    박재용 선생님은 이 많은 정보를 어떻게 다 접하실 수 있으셨나요?


    박재용

    무엇을 알아야 되는지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한 거 같아요. 제가 처음에 책을 쓸 때는 우선 목차를 만들어요.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그러면 무얼 가지고 이야기를 할까? 『모든 진화는 공진화다』를 예로 들면 원고지로 850매니까 A4용지로 150쪽 되는 분량이에요. 그러면 그 소재를 목차로 해서 10개의 목차를 잡으면 목차 하나당 15쪽을 써야 되잖아요. 그러고 나면 소재 안에서 고민을 해요. 이 소재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구체적으로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 그 안에 또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 대여섯 꼭지를 넣어요. 그러면 각 꼭지별로 A4용지 서너 쪽이 할당되는데요. 여기서부터는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의 근거를 확인하러 자료를 찾는 일을 시작하죠. 


    『모든 진화는 공진화다』라는 생물책을 쓴다고 하면요. 대학교 교재나 대학원 교재 중에 제가 쓰는 책과 관련된 책들을 먼저 찾아보고요. 그중에서 더 재밌어질 것 같은 이야기가 있으면 그와 관련된 출판물을 살펴보고요. 도서관에서 보다가 도서관에 없으면 그때 책을 사서 보고요. 그리고 책의 내용이 사실인지 아닌지 제가 확인해야 하잖아요. 확인을 위해 한글과 영문 위키피디아도 보고요. 보다 보면 각주가 있는 경우가 많아요. 각주의 원문을 확인하는 세 단계를 거치면서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 거짓말을 하면 안 되기 때문에 팩트 체크를 확실히 하는 거고요. 조금 더 재미있는 게 있나 없나 확인하려고 나무위키도 한번 보고요. 신문 기사 검색도 해보고요. 이런 식으로 자료를 살펴봅니다. 


    사회자

    여러분, 박재용 작가님 책을 몇 종류 쓰셨을까요?


    학생들

    열 권! 열세 권! 스무 권! 


    사회자

    비슷합니다. 스물한 권입니다. 박재용 작가님께서는 저서가 많으신데 그중 학생들에게 권하시고 싶은 책이 있습니까?


    박재용

    제일 안 팔린 책? (웃음) 농담이고요. 『나의 첫 번째 과학 공부』라는 책이 있어요. ‘인문학도에게 권하는’이라는 부제가 붙어있는 책인데 공진화에 관한 책보다 조금 더 어려울 수 있어요. 과학적 지식이 많아서 어려운 게 아니라 역사적 과정에 관한 내용이거든요. 아까 제가 공존의 삶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게 객관화라고 말씀드린 바 있는데, 인간이 어떻게 자신이 세계의 중심이 아니라 다양한 여러 존재 중의 일부에 불과한가를 생물학과 천문학을 통해 밝혀낸 과정에 관한 이야기거든요. 학생 여러분들이 한번 읽어보시면 좋으실 것 같습니다. 


    홍성수

    제가 쓴 책은 다 학술서라서 읽으시면 조금 화가 나실 것 같아요. 이 책이 첫 대중서거든요. (사회자: 혹시 다른 책 중에 있을까요?) 다른 책은 지금 생각이 안 납니다.  


    사회자

    돌발 질문 죄송했습니다. (웃음) 작가님들께서 고등학생 때로 돌아간다면 하고 싶은 게 어떤 게 있을까요?




    홍성수

    저는 고등학교 시절이 암울했어요. 사립고등학교에 다녔는데 고1 때 학교가 망했습니다. 얼마나 나쁜 재단이었는지 재단이 교사들의 돈을 빌리고 망해서 선생님들이 그 돈을 받지 못하는 일이 있었어요. 선생님들도 수업을 진행할 수 없는 심정이 되셨고, 학교는 엉망이었어요. 그러다 제가 고3 때 어느 좋은 부자 기업이 학교를 인수해서 제가 졸업하자마자 학교가 굉장히 좋아졌는데요. 제가 고등학교에 다니던 3년간은 학교에 대한 좋은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그렇더라도 이런 걸 했으면 좋았겠다 싶은 건 있어요. 제가 대학교 4학년 때부터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는데요. 저는 결혼도 늦게 했으니 그동안 여행을 조금 많이 다녔어요. 저는 혼자 여행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에요. 국내에서도 많이 알려지지 않는 곳을, 되도록 지도도 없이 여행해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발길 닿는 대로 돌아다니기도 하고, 한 지역에서 며칠이라도 머물면서 그 지역 사람들이 가는 카페에도 가보고 하는 동안 삶의 지평이 넓어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행하다 보니 나이대마다 느끼는 것이 전혀 달랐어요. 똑같은 경험을 해도 20대와 30대 때 다르게 느껴지거든요. 만약 일찌감치 고등학생 때부터 여행을 많이 했으면 지금은 아무리 해도 느낄 수 없는 것들을 경험할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많이 들어요. 고등학생으로 돌아간다면, 어차피 학교는 망했으니까 (웃음) 여행이라도 실컷 다녔으면 남는 장사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봅니다. 


    박재용

    홍성수 작가님 부러우시라고 하는 말씀인데 저는 고등학생 시절을 원 없이 즐겼던 케이스입니다. (웃음) 고등학생 때 문예반 동아리를 했었는데요. 가을 축제에 시화전을 하잖아요. 그러면 여름방학이 되면 저희 남고 문예반은 옆 학교와 쪼인을 했어요. 저희가 쓴 시에 여고 미술반에서 그림을 그려주었고 그러면 여름방학 내내 커플처럼 지낼 수 있었어요. 가을 축제가 열리면 시화전도 있지만 문학의 밤이라고 시낭송회를 하거든요. 그러면 또 그거 보러오라고 티켓을 돌리는데 여고에만 가는 거죠. 학생들이 학교에 있을 때 티켓을 돌려야 하니 한 달 내내 수업을 빠지는 거예요. 축제 끝나고 중간고사 치르려고 보면 교과서에 먼지가 쌓여 있었고. 겨울방학 때는 교지를 만든다는 핑계를 대고 학교에 모여서 친구들과 놀고, 먹고 이런 일을 했었고요. 여행 이야기를 하셨는데 고1 때는 강릉에서 부산까지 무전여행 10박 11일을 다녀왔고, 2학년 때는 서울에서 부산까지 갔었고요. 고3 때는 학력고사 공부하느라 여름방학 때 못 하고 겨울방학 때 여행하다 얼어 죽을 뻔했고요. 간간이 여자친구 만들어 다녔고요. (학생들: 오!) 이 부분만 부러우신 건가요? 저는 공부 안 한 것 빼고는 후회할 게 없었어요.


    사회자

    고등학교 체험 극과 극이었습니다. 


    홍성수

    부러울 따름입니다.


    사회자

    마지막으로 친구들에게 드리고 싶으신 이야기가 있으신지요? 


    홍성수

    저는 고등학교 때 선생님이 강의를 해주시면 일방적으로 수업을 듣고, 수동적으로 공부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어서, 토론은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아요. 언제부턴가 교육과정이 바뀌며 토론 동아리가 생기고 토론 대회도 생기는 게 너무 부럽고요. 좋은 기회가 될 것 아요. 특히 2박3일간 네 권의 책을 읽고 같은 책을 읽은 친구들과 토론도 하고 놀기도 하고, 작가들에게 직접적으로 질문하고 이야기를 듣는 이번 경험은 나중에 떠올려 봐도 평생의 뜻깊은 기억으로 남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박3일간 많은 경험 만들어 가시길 바랍니다.


    박재용

    좋지요. 우리가 이렇게 같이 있어 이야기 나누니 좋고요. 가장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거예요. 여러분이 ‘내가 행복한 게 가장 우선이다’라는 생각을 품고 사셨으면 좋겠어요. 


    사회자

    좋은 말씀 나눠주신 두 분께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저자소개

    박재용·홍성수·김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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