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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왜 사회적 독서인가? 작성일 2019-12-04


  • 2019 

    사회적 독서 콘퍼런스


    반갑습니다. ‘2019 사회적 독서 콘퍼런스’의 주제 발표를 맡은 안찬수입니다. 


    이 콘퍼런스는 우리나라에서 ‘사회적 독서’를 주제로 열리는 첫 번째 콘퍼런스일 것입니다. 오늘 콘퍼런스의 의의는 “정서적 또는 지식습득을 위주로 하는 개인적 독서 위주의 패러다임을 함께 읽고 쓰고 토론하고 나누며 사회 공헌하는 사회적 독서로 전환하여 독서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도록”(제3차 독서문화진흥기본계획) 하는 데 있습니다. 


    이 중요한 자리에 제가 주제 발표를 맡았는데, 부족하나마 ‘사회적 독서’에 대하여 함께 생각할 거리를 몇 가지 나누고자 합니다. 



    ‘사회’라는 말과 

    사회적 독서


    우선 ‘사회적 독서’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이 있습니다. 


    ‘사회적’이라고 번역하여 쓰고 있는 ‘social’이란 말은 라틴어 ‘socius’에 뿌리를 두고 있는 말이라고 합니다. 이 말의 뜻은 공유하는sharing, 참여하는joining in, 참가하는partaking, 연합하는associated 식으로 형용사적으로 사용되기도 하고, 동료companion, comrade, 동맹ally, confederate처럼 명사적으로 사용되기도 하는 말입니다. 


    번역어飜譯語 성립과 관련된 책예를 들어, 야나부 아키라柳父 章, 『번역어 성립 사정』을 보면, ‘사회社會’라는 말은 영어의 ‘society’에 대응하는 번역어로 성립된 말입니다. ‘사회’라는 말은 원래 일본어에는일본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에 없는 말이었습니다. 말이 없었다는 것은 ‘society’에 대응하는 현실이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을 뜻합니다. 


    일본인들이 ‘society’를 나타내는 유럽어와 첫 번째 만난 것은 에도 시대에 네덜란드의 ‘genootschap’이것이 영어의 ‘society’에 해당하는 단어입니다였다고 합니다. 일본인들은 이 단어를 처음에는 사귐, 모임‘交ワル 集マル’ 또는 ‘寄合又集会’ 등으로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에도 막부 말기가 되었을 때, 일본인들은 프랑스어 ‘société’와 영어 ‘society’의 번역어로 동료, 쌍, 무리仲間, 懇, 交リ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번역어는 ‘좁은 범위의 인간관계’를 지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society’에는 ‘넓은 범위의 인간관계’라는 의미를 있었기에 ‘동료’라는 번역어로는 ‘society’를 다 드러내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후쿠자와 유키치福沢諭吉는 1868년에 펴낸 책 『서양사정 외편西洋事情 外編』에서  ‘society’를 ‘인간교제人間交際’라고 번역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메이지 유신 시기에 ‘회사會社’라는 말이 유행하였는데, 같은 목적을 지닌 사람들의 무리를 나타내는 말이었습니다. 후쿠자와 유키치 등이 모여 번역어에 대해 고민했던 ‘명육사明六社, 메이로쿠샤’처럼 ‘◯◯사’라는 단체 등이 만들어졌던 것입니다. ‘명육사’에서 발행하던 『명육잡지明六雑誌』에서 ‘◯◯사’의 사와 모임의 회를 가지고 ‘사회’社會라는 말을 새롭게 만들어 쓰기 시작하면서 이 말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후쿠자와 유키치는 『학문의 권유学問のすすめ(1872)에서 일본인들이 세상을 뜻하고자 사용하고 있던 단어 ‘세간世間’에 대비되는 새로운 말로 ‘사회社會’라는 말을 쓰고 있습니다. “우선 단적으로 말해서 ‘사회’는 좋은 의미이고 ‘세간’은 나쁜 의미다.まず端的に言って、‘社会’はいい意味、‘世間’は悪い意味である.


    ‘사회’라는 매우 추상적인 단어가 성립하게 된 연유를 잠시 살펴보았습니다만, 이는 ‘individual'의 번역어로 성립된 ‘개인個人’이라는 말도 마찬가지입니다. 사회와 개인, 또는 개인과 사회의 번역어 성립과정을 살펴본 것은 우리가 오늘날 이러한 단어를 일상적으로 쓰고 있지만, 이 말의 의미를 본질적으로 이해한다는 것이 간단치 않다는 것을 말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야나부 아키라는 이렇게 말합니다. “일본에서 한자가 지니는 이러한 효과를 나는 ‘카세트 효과’라고 부른다. 카세트cassette란 작은 보석함을 이르는 말로, 내용물이 뭔지는 몰라도 사람을 매혹시키고 애태우게 하는 물건이다. ‘사회’와 ‘개인’은 예전 사람들에게 말하자면 이 ‘카세트 효과’를 갖는 말이었고,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오늘날의 우리들에게도 여전히 그렇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번역어의 성립 사정을 생각해보면, 오늘 이 자리에서 “정서적 또는 지식습득을 위주로 하는 개인적 독서 위주의 패러다임을 함께 읽고 쓰고 토론하고 나누며 사회 공헌하는 사회적 독서로 전환하여 독서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할 수 있도록”(제3차 독서문화진흥기본계획) 한다는 것이 꽤나 까다로운 과제임을 생각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왜냐면, 우리가 ‘사회’라는 말을 쓸 때, 이 일본인들이 만든 이 한자어 뒤에 남겨져 있는 ‘society’가 여전히 무엇인가 하는 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독서의 사회성과 

    사회적 독서


    ‘사회적 독서’를 개념적으로 ‘개인적 독서’와 대비되는 것으로 말한다고 해도 그 개념이 손에 잡히듯이 이해되는 것이 아닌 듯합니다. 본래의 의미가 마치 한자 조어 뒤에 숨어 있는 듯합니다. 


    오늘 우리가 ‘사회적 독서’에 대해 풍부하게 이야기를 나누어도, 독서는 여전히 개인적인 행위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자신의 방과 거실과 카페와 공원과 도서관에서 혼자 책을 읽는 행위는 그 자체로 소중한 행위입니다. 물론 독자 홀로 읽어도 그것이 글쓴이와의 만남이라는 면에서, ‘개인적 독서’도 사회적인 행위입니다. 독서란 사회문화적 환경 속에서 일어나는 행위이기 때문에 그것 자체로 ‘사회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가 이 자리에서 말하는 ‘사회적 독서’는 이러한 ‘독서의 사회성’과는 다른 것을 말합니다. (독서는 그것 자체로 사회적인 것이지만, ‘사회적 독서’라고 말할 때 그 사회성은 무언가 다른 것을 내용으로 품고 있어야 하리라는 생각.) 


    ‘개인적 독서’를 위해서는 ‘책’과 ‘독자’가 있으면 됩니다. 그러나 ‘사회적 독서’를 위해서는 한 사람의 독자가 아니라, 적어도 둘 이상의 독자가 있어야 합니다. ‘책읽어주기’를 생각해봅시다. ‘책’과 ‘책읽어주기를 하는 독자’, 그리고 그것을 함께 듣고 있는 독자가 있습니다. ‘책읽어주기’는 도서관과 학교와 서점에서 널리 펼쳐지고 있는 ‘사회적 독서’인 셈입니다.   


    사회적 독서의 일반적인 형태는 ‘독서동아리’를 통해 ‘함께 책을 읽는 것’일 터입니다. 우리가 ‘독서동아리’를 만들어 함께 읽는 이유는 독자가 다른 독자와 만나 읽은 것에 대한 생각과 아이디어를 나누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사회적 독서의 

    특징


    ‘사회적 독서’의 몇 가지 특징을 생각해 봅니다. 


    첫째로 사회적 독서는 독자의 경험을 확장합니다. 독자와 독자가 서로 연결하여, 생각과 생각, 아이디어와 아이디어를 함께 나눔으로써 우리는 사회적 독서를 통해 개인적 독서와는 다른 경험을 하게 됩니다. 우리는 읽은 책에 대해 대화를 나누며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이런 과정을 경험한 이들은 책을 다른 사람의 눈으로 한 번 더 읽게 된다고 말합니다. 


    둘째로 사회적 독서는 공감과 공유의 독서입니다. 사회적 독서를 통해 우리는 생각과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책을 읽기 전후에 이루어지는 공감을 공유하며, 확장된 경험을 공유하고, 더 폭넓어진 사유를 공유하게 됩니다.  


    셋째로 사회적 독서는 온·오프라인의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하는 독서입니다. 카톡이나 페이스북, 또는 트위터와 같은, 이른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해서 책을 함께 추천하기도 하며, 책을 통해 공통의 관심사를 확인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북콘서트, 독서토론 모임 등 얼굴을 맞대고 직접 대화를 나누는 형태의 사회적 독서오프라인와 함께 각종 온라인 미디어를 활용한 형태의 사회적 독서온라인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넷째로 사회적 독서는 공동체 회복을 위한 독서이며, 각종 문화예술 활동과 지역의 문화정책과 연계된 독서입니다. 가정과 학교와 마을과 사회, 그리고 도시에 이르기까지 각종 형태와 규모의 사회적 독서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한 도시 한 책 읽기’One City One Book는 우리나라에서 꽤 오랫동안 전개되어온 사회적 독서의 한 형태입니다. 그리고 최근에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한 학기 학 책 읽기’도 사회적 독서의 한 가지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현재 약 40여 개에 이르는 ‘책 읽는 도시’들도 책을 함께 읽음으로써 공동체 문화를 회복하고자 하고 있습니다.전국책읽는도시협의회에 가입한 지방자치단체는 2019년 11월 현재 26개. 독서의 달에 이루어지는 각종 행사나 세계 책의 날 기념행사, 대한민국독서대전 등도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다섯째로 사회적 독서는 사회봉사 및 사회공헌 활동과 연계된 독서입니다. 시각장애인용 녹음도서 제작을 위한 낭독봉사의 경우를 보면, 그것은 단순히 책을 읽어주는 일이 아니라, 책의 내용을 함께 나누기 위한 독서활동입니다. 낭독자는 책의 모든 내용이를테면, 따옴표와 쉼표조차을 목소리로 전달하려고 애를 씁니다. 이렇듯 사회적 독서는 사회봉사 및 사회공헌 활동과 연계되어 있습니다.   



    제3차 독서문화진흥기본계획과 

    ‘사회적 독서’


    올해 우리나라의 독서와 도서관 문화 발전을 위해 중요한 국가 계획을 두 가지 발표된 바 있습니다. 하나는 1월에 발표된  ‘제3차 도서관발전종합계획(2019-2023)’, 그리고 다른 하나는 4월에 발표된 ‘제3차 독서문화진흥기본계획(2019~2023)’입니다. 


    오늘 콘퍼런스와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사실은 이 두 가지 계획 모두 ‘사회적 독서’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제3차 도서관발전종합계획(2019-2023)’에서는 ‘소통·토론형 사회적 독서 프로그램 확대’를 주요한 과제 하나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기술적 발달에 따른 반쪽짜리 소통, 고립된 행으로 인한 갈등 증폭, 공통적인 사안에 대한 의견 공유 및 성숙한 사회로 이행 필요”를 필요성으로 거론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독서공동체, 사회적 독서 프로그램 확대” “독서-현장 연계형 프로그램 확대”를 과제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제3차 독서문화진흥기본계획(2019~2023)’이하 ‘3차 독서기본계획’의 중점 전략을 ①‘사회적 독서 활성화’, ②‘독서의 가치 공유 확산’, ③‘포용적 독서복지 실현’, ④‘미래 독서생태계 조성’ 등 네 가지입니다. “이 가운데서 방점은 ‘사회적 독서’의 확산에 찍혀 있다. ‘혼자 읽기’에서 ‘함께 읽기’로 독서문화의 대대적 전환을 천명한 것”입니다.(강성민, ‘사회적 독서’ 반갑지만 ‘현장 목소리’ 약해, 서울신문 2019년 5월 13일자.) 


    제2차 독서문화진흥기본계획은 독서환경 조성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제3차 계획은 독서의 가치와 사회적 독서, 독서공동체 과제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3차 독서기본계획’은 정책기조로 5가지 의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① 사회적 독서, ② 포용적 독서복지, ③ 생활 속 맞춤독서, ④ 미래독서생태계, ⑤ 독서정책 협력 체계. 이러한 정책 기조 아래, 4가지 전략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 첫 번째가 ‘사회적 독서 활성화’이며, 그 첫 번째 중점과제가 ‘함께 하는 독서 공동체 확산 지원’입니다.  



    왜 

    사회적 독서인가


    그럼 왜 도서관발전계획이나 독서문화진흥기본계획 모두 ‘사회적 독서’에 주목하고 있는 것일까? 이 질문은 바로 오늘 콘퍼런스에서 저에게 주어진 질문이기도 합니다. 


    첫째로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 ‘독서 행위의 변화’입니다. ‘3차 독서기본계획’에서는 다음과 같이 정리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어찌 보면 독서 행위가 양적인 것에서 질적인 것으로, 개인적 것에서 사회적인 것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정책적으로는 그렇게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둘째로는 ‘독서문화 진흥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입니다. 개인이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을 개선한다든가 개인적인 독서를 진작하는 캠페인을 전개하는 차원으로는 독서문화 진흥정책이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다는 반성과 판단이 있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다 아시는 이야기입니다만, 그동안 지속적으로 독서문화 진흥정책이 펼쳐졌지만, 기본적인 독서율조차 계속 하락한다는 흐름을 바꾸지 못했습니다.(성인 연평균 독서율 ‘15년 65.4%→’17년 59.9%, 연평균 독서량 ‘15년 9.1권→’17년 8.3권, 월평균 서적구입비 ‘15년 16,623원→’17년 12,157원, 공공도서관 이용률 ‘15년 29.2%→’17년 22.2% 등) 


    셋째로 독서문화를 개인과 공동체 위기의 해법으로 주목했기 때문입니다. 경제 성장에 비해 우리의 행복수준이나 삶의 질은 크게 향상되지 못하고 급격한 개인화로 공동체의 위기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한 가지 방안이 새로운 독서의 가치에 초점을 둔 ‘사회적 독서’인 것입니다. 



    사람과 사회의 변화를 이끄는

    사회적 독서


    독서의 가치는 개인적 차원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독서의 가치는 사회적이며 국가적인 것입니다. 


    독서는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복리 증진뿐만 아니라 이 나라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서도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책 읽는 문화를 바탕으로 성숙한 사회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일은 우리 모두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사람과 사회의 변화를 이끄는 ‘사회적 독서’는 새로운 독서 행위이자 패러다임 전환이 이루어진 새로운 독서문화 정책이며, 개인과 공동체 위기의 해법입니다.



    ★ 이 글은 2019년 11월 25일에 개최된 〈2019 사회적 독서 콘퍼런스〉의 발제문으로 필자의 동의 아래 게재함을 알려드립니다.

    저자소개

    안찬수
    시인. 책읽는사회문화재단 상임이사. 시집으로 <아름다운 지옥> <한 그루 나무의 시>가 있고, 옮긴 책으로 <물고기는 물고기야> 외 몇 권의 어린이책과 <힌두 스와라지> <1968 : 희망의 시절 분노의 나날>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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